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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에 도착한 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입장후에는 점점 더 많이 내리더니 경기 끝나고 버스타려고 나오니 더 많이 내렸다. 그러나 어디에도 우산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1천명중에 한 명 정도?
너무 추웠다. 왜 추울까를 고민했더니 오늘따라 히트텍을 안 입고 나갔더라. 그거 하나가 뭐라고 그렇게 추울줄이야..
달달달 떨며 버스를 기다렸다. 역시나 무지막지하게 막혀서 눈앞에 있는 버스의 문이 열리기까지 20분은 넘게 걸린듯.
거의 한 시간만에 버스를 탔다. 너무 떨었는지 버스안의 따뜻한 온기때문에 바로 골아떨어졌다.
오늘따라 유독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고, 혼자서 떨고 있어서 그랬는지.. 마지막날이라 더 그랬는지.. 유독 지나가는 한국 커플들이 부러웠다. 나도 언제 저렇게 여행을 다녀볼까. 그것도 영국에서.
한 20은 잔 것 같다. 깨보니 중간쯤 왔더라. 혹시나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이 없을까 찾아봤다. 없었다.
진짜 웃겼다. 어디가서 혼자 밥먹는게 어색한 나도 아닌데, 어디서 밥먹자고해서 거절당해본 기억도 없는 나라서 그런가, 사실 그것보다 밥먹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다들 20대고 나는 30대라는 생각에 쓴웃음이 났다. 내가 20대 여대생이었다면 아마 밥먹자고 줄을 섰을지도 모를일이지. ㅋㅋㅋ
그냥 포기하고 첫날에 먹었던 그곳에 다시 갔다. 혼자였지만 뭐 어쩌라고. 당당히 스테이크를 시켰다.
정통 스테이크는 아니지만 계란 아래 스테이크 확실하다. 계란이 두 개.
에그베네딕트를 먹으려고 했는데 왠지 고기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링크를 시켜야한다는 식으로 물어봤으나 나는 노 땡큐 했다. 괜히 딴지걸고 싶었다.
쿨하게 카카오 체크카드로 결제했다.
혼자서 썰어먹는데 처량하다는 생각이 왜때문에 34년만에 그렇게 많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이상했다. 정말.
사라져버린 내 감성, 갬성, 뭐 그런 것들이 살아나려나 뭐 그런 생각도 했으나, 쓸쓸했다.
그 쓸쓸한 마음은 카지노에 40파운드 기부를 하면서 끝이 났다. 쓸쓸이 분노로. 허탈함으로. 역시 인생은 도박은 안 된다.
그렇게 소호의 밤거리를 비맞으며 돌아다녔다.
역시 마지막날은 처음 갔던, 내 마음의 고향인 스콜라 스쿨이 있던 그 자리. 올드 컴턴 스트리트.
진짜 소호에서 가장 핫한 거리다.
비가 와서 잘 느껴지지 않을 뿐.
그리곤 트라팔가까지 가서 버스를 탔다.
집에 왔다.
이 시간에 애들이 카톡질을 하네. 지진이 또 일어났단다. 집에 전화를 했다. 콰르르르 흔들렸다고 아빠가 말했다.
피해는 없단다. 참... 한국은 땅은 흔들리고 공기는 어지럽고 마음은 스트레스고... 못살겠구만 아주..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밤이다.
여길 또 언제 다시 올 수 있을까? 다시 오고 싶긴 한건가. 다음엔 꼭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같이 입국 심사를 받고 싶다.
혼자는 확실히 외로운 서른네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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