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모든 것들이 갑자기 식어간다. 뜨거운 불판에 찬물을 부으면 김이 생기는 것 처럼, 바닥에서 하얀 김이 올라오다가 금방 사라진다. 빗줄기가 생각보다 강하다. 순식간에 모든 것들이 식어버렸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던 공간이 어느새 텅 비어버리는 걸 느끼는 순간, 그게 내 속마음이란걸 알게됐다. 헛헛하다는 표현으로는 모자란다. 텅텅. 갑자기 생겨버린 이 빈 공간을 매울 자신이 없다. 이걸해도 저걸해도 감당이 되질 않는다. 오만가지 잡생각들을 구겨넣어보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넣는 순간 물에 닿은 키친타올처럼 축 쳐져버린다. 질척거리며 바닥에 달라붙는다. 차안에 앉아서 멍하니 빗소리를 들으며 하늘을 쳐다본다. 아파트 끝자락과 상가 끝자락이 보인다..

(일단 노래를 들으면서) 하루 종일 뙤약볕에서 땀을 흘렸다. 셔츠에 하얀색 소금기가 가득 남아있다. 빨래 바구니로 옷을 벗어던져 넣고 욕실로 들어갔다. 뜨거운 물을 틀어놓는다. 그리고 다시 나와 물을 한잔 마시고, 다시 욕실 안으로 들어간다. 뜨거운 김이 나오면 다행인데, 두 번에 한 번꼴로 차가운 물이 계속 나온다. 안방으로 돌아와 보일러 조절기를 살펴본다. 점검에 불이 들어와있고 E3가 깜빡인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부엌 옆 보일러실에 가서 전원 코드를 뽑았다가, 다섯을 센 후 다시 꽂는다. 그리도 다시 욕실에 들어가 오른손을 뻗어 샤워기에서 뜨거운 물이 나오는지 확인한다. 뜨거운 물이 나온다면 다행이고, 아니면 똑같은 짓을 한 번 더 반복한다. ..
경기장에 도착한 후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입장후에는 점점 더 많이 내리더니 경기 끝나고 버스타려고 나오니 더 많이 내렸다. 그러나 어디에도 우산을 쓰는 사람은 없었다. 1천명중에 한 명 정도? 너무 추웠다. 왜 추울까를 고민했더니 오늘따라 히트텍을 안 입고 나갔더라. 그거 하나가 뭐라고 그렇게 추울줄이야.. 달달달 떨며 버스를 기다렸다. 역시나 무지막지하게 막혀서 눈앞에 있는 버스의 문이 열리기까지 20분은 넘게 걸린듯. 거의 한 시간만에 버스를 탔다. 너무 떨었는지 버스안의 따뜻한 온기때문에 바로 골아떨어졌다. 오늘따라 유독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옆에 친구도 없고, 애인도 없고, 혼자서 떨고 있어서 그랬는지.. 마지막날이라 더 그랬는지.. 유독 지나가는 한국 커플들이 부러웠다. 나도 언제 저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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